다자이 오사무 - 유다의 고백
'예, 말씀드리겠습니다, 나으리. 그 사람은 정말 지독하게 못된 놈입니다. 예, 나쁜 놈이라니까요. 아아, 그냥 둘 수가 없어요. 도저히 살려둘 수가 없습니다.'
라는 대목으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. 화자인 유다가 로마군인들에게 예수를 따라다니며 그에대한 마음이 사랑, 실망, 그리고 다시 사랑과 죄책감에서 증오로 바뀌는 과정을 말하며 결국 밀고하는 스토리라인이다.
유다의 마음의 변화과정을 정리하면
1. 사랑 : 유다는 처음부터 예수의 교리에 크게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, 단순히 그의 아름다움을 사랑했기에 그를 따라다녔다. 예수가 설교하면 그날 먹을 식량을 구하기 위해 몰래 헌금을 걷고, 마을 부자들에게 공물을 뜯어내어 잘 곳, 입을 것, 먹을 것까지 구했다. 그리고 이런 자신에게 감사하지 못하는 예수와 제자들을 철없다 라고 평가한다.
2. 실망: 유다는 베타니아의 마리아가 예수에게 고급진 향유를 붓는 모습을 보고 그녀를 꾸짖었다. 그거 사서 부울 돈이 있으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고. 하지만 예수는 되려 유다에게 그녀가 한 행동의 정당성을 얘기했다. 유다는 예수가 그 여자에게 사랑에 빠졌다고, 자신이 알던 예수도 그저 평범한 남자라는 생각에 크게 실망한다. 거기서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궁전으로 들어가 안에서 장사하던 상인들을 욕하고 때리는 부분에서 그에게 학을 뗀다. 더 이상 그의 모습이 속된 말로 중2병 걸린 사람의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. 그리고 밀고를 결심한다
3. 죄책감과 다시 증오: 최후의 만찬 당시, 유다는 자신을 포함한 제자들의 발을 씼겨주는 예수의 모습을 보고 그가 외로워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오열한다. 그리고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큰 죄악감을 느낀다. 그러나 이도 잠시, 오늘 누군가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고 하며 자신의 입에 빵을 넣어주는 예수의 모습을 보고, 치욕감을 느껴 밀고를 하러 간다.
종교가 없어서 기독교에 대해 대략적인 것 밖에 모르지만, 배신자인 유다의 시점에서 그의 배신과정과 심정을 말한 점이 참신하다고 생각한다. 예수와 제대로 대화하지 않고 자신 나름의 판단으로만 예수에 대해 혼자 실망, 사랑, 증오를 느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유다는 정신적으로 미숙한 것 같다. 성서를 읽어보지 않아 실제 유다가 왜 배신한지는 모르겠지만, 자신이 여태 추종한 사람을 배신한 점에서 유다의 배신은 이전부터 곯아왔던 예수에 대한 감정이 어떤 사건으로 인해 터졌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추측해본다.